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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수 작성일21-02-22 11:08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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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생존비상대책위 기자회견…26일까지 靑 릴레이 1인 시위

전국여행사단체연합회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여행업 종사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21.2.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국내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22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며 정부에 생존권 보장 지원을 촉구했다.

여행업생존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을 열고 "여행사들이 생존의 풍전등화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Δ4차 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법 제정 시 '집합금지' 업종에 준하는 지원 Δ관광진흥개발기금 무담보 신용대출 확대 및 대출조건 완화 Δ사업주 부담 직원 4대 보험금 감면(또는 유예) Δ자가격리 14일 기준 완화 및 과학적·합리적 기준 설정 Δ관광산업 재난업종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5가지 요구사항 시행을 촉구했다.

오창희 공동비대위원장은 "(정부가) 국내 여행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해외 여행도 하지 말라고 한다"며 "그래놓고 재난지원금을 줄 때는 PC방, 헬스장은 300만원씩 주고 저희는 행정적으로 집합금지 조치 대상이 아니라, (여행을) 자제하라고 했다고 100만원만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1~3단계 기준이 있는데 자가격리 14일은 단 한 번도 기준이 뭔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4일 (격리를) 하라는 권고를 정부가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소속인 정해진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국외여행업위원장은 "여행업은 집한제한·집합금지 업종이 아닌 '집합단절' 업종"이라며 "어느 업계보다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오는 26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분수대 앞에서 1인 릴레이 피켓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하나파워볼

한편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지난해 9월14일~10월30일 실시한 전국 여행업체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여행업 등록업체 1만7664개곳 가운데 4500여곳은 운영을 중단했다. 이 중 202곳은 폐업 완료, 3953곳은 사실상 폐업 상태다. 또 지난해 매출액은 2019년 대비 83.7% 감소한 2조580억원이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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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자산가 기반 튼튼
지점축소…43곳 불과
은행·지방지주도 눈독
인력 스카우트 늘수도



[헤럴드경제=서정은·박자연 기자] 씨티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 검토로 한국씨티은행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씨티은행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은행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전국단위 지점도 거의 없애 영업효율도 국내 시중은행 대비 크게 높다. 이른바 ‘씨티은행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씨티그룹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소비자영업 부분을 정리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씨티은행도 대상에 포함된다. 프레이저는 과거 라틴아메리카의 씨티그룹 법인들이 전국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이유로 과감히 매각해버린 전력이 있다. ▶본사 2월20일자 ‘[단독]씨티그룹. 한국시장서 철수 검토…한국씨티은행 국내은행에 매각할 수’ 참조.

금융권은 시장은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적정 가격에 인수만 할 수 있다면 씨티은행이 가지고 있는 고객, 영업 인프라를 국내 은행에 그대로 이식할 수 있어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일 정도로 수익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절대적인 고객수 측면에서는 많지만 외국계 은행에 비했을때 고액자산가들의 특성이 상이해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꾀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투자금융(IB) 관계자들이 각 지주에도 외국계 금융사 인수 관련 의사를 몇차례 떠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몇년간 소매금융 축소 등을 통해 영업효율화를 꾀했다. 2016년 133개에 이르던 점포는 2017년 44개까지 줄었고, 지난해 말 43개로 압축됐다. 디지털 금융, 비대면거래 확대로 비용 절감에 선제적으로 나선 결과다. 그 결과 한국씨티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08%로 같은 기간 국내 대표은행인 KB국민은행의 1.51%을 크게 웃돈다.

제2금융권, 지방 금융지주들 또한 씨티은행 인수에 눈독을 들일 유인은 충분하다. 이들 또한 WM 등으로 사업 활로를 넓혀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브랜드 파워 약화, 영업망 한계에 부딪혀왔다. 씨티은행은 수도권에 영업망이 집중돼 지방에 치우쳐있던 금융지주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는 지점망이나 브랜드 네이밍에 기대는 소매금융 영업이 일반적으로 이뤄지지 않느냐”며 “메인 플레이어로 진출하고 싶은 지방지주 등이 소매금융망을 가진 씨티은행을 인수해 도약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씨티은행의 매각 전 전문인력의 이동부터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복수의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매각까지 시일이 오래 걸릴 뿐더러, 노사 협의 등 진통이 커질 것을 고려할 때 개별 전문인력에 대한 경쟁력을 주목할 것”이라며 “유능한 인력을 선제적으로 빼오려는 은행들의 움직임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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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16명을 기록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코로나19 해외출국 선별진료실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 첫 주말 동안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400명대를 기록했다. 주말에는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평소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를 틈타 4차 대유행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코로나19 재확산의 신호인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이번 주 초중반까지 확진자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1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16명 늘어 누적 8만6992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448명)보다 32명 줄어든 수치다. 신규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391명, 해외유입이 25명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최근 들어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는 0시 기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343명→457명→621명→621명→561명→448명→416명으로 나타났다. 이날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는 주말 검사 건수 감소 영향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120명, 경기 170명, 인천 21명 등 수도권이 311명으로 전체 지역발생 확진자의 약 79.5%를 차지했다. 비수도권은 부산 11명, 충남 10명, 전남 8명, 전북·경남 각 7명, 대구·강원·충북·경북 각 6명, 광주 5명, 울산 4명, 제주 3명, 세종 1명 등 총 80명이다.최근 일주일 간 하루 평균 환자 수는 400명대 중반으로 거리두기 2.5단계 범위에 돌입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이번 주 초중반까지 확진자 추이를 살핀 뒤 거리두기 조정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한 주가 향후 방역전략의 향방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다시 한번 힘을 모아 3차 유행의 기세를 확실히 꺾고 '희망의 봄' 을 준비하는 일주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유행 방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든 데다 자영업자 등의 반발을 우려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수도권은 2.5단계에서 2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에서 1.5단계로 거리두기 단계를 낮췄다.한편 사망자는 전날보다 4명 늘어 누적 1557명이 됐다. 국내 평균 치명률은 1.79%다. 위중증 환자는 총 155명으로 전날보다 1명 줄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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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총파업 부적절…백신 접종으로 국민 협박"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이번주 심의…꼭 필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총파업 예고를 두고 "백신 접종으로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22일 오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의협의 총파업 예고에 대해 "지난해 8월에 의해 6개월 만에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의사의 집단적인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강력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의협은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통과되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집 의협회장과 김 의원은 온라인으로 서로에게 '깡패, 조폭'이라며 거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변호사, 세무사, 법무사 등 다른 모든 전문직이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면 자격이 박탈되게 돼 있다. 의사도 2000년 이전에는 그렇게 돼 있었는데, 의약 분업을 통해 의사 면허를 사실상 '방탄 면허'로 만들어준 측면이 있다. 과거 잘못을 이번에 바로 잡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협의 총파업 예고와 최대집 의협회장이 '백신 접종 협력 중단도 논의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 안타깝다"고 운을 뗀 뒤 "백신 접종을 갖고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협력하고 협조해야 할 전문적인 의협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협에서 반발하는 명분에 대해 "납득이 가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며 "과잉 입법이라고 하는데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상이나 치사 등 제휴와 관련해서 면허 징계라든가 면허 취소가 되지 않도록 예외 사유를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 발언도 했다. 그는 "의료법 개정안은 민주당만 추진한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왜 국민의힘이 의협에 침묵하는지 모르겠다. 백신 접종을 볼모로 협박하는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을 해야 하는데 감싸주고 있다.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대표 발의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해선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동행복권파워볼

김 의원은 "다수의 의사에게 너무 큰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공공의료만 먼저 의무화하고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논의를 했다. 이번 주에 한 번 더 심의한다고 보고 있다"며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수술실 CCTV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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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15>김형영 ‘시와 신앙의 삶
지난 15일 시인 김형영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선생은 1944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966년 문학춘추로 등단한 이래 55년 동안의 시력(詩歷)을 쌓아 온 우리 시단의 대표 중진이다. 오랜 세월 ‘시’와 ‘신앙’이라는 두 바퀴로 조용조용 달려온 그의 정결한 생애를 두고 빈소에 모인 지인들은 깊은 추념과 안타까움을 나누었다. 시선집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문학과지성사)는 선생이 지상을 떠나던 그날 지상에 내려앉았다. 투병하던 당시 시인 스스로 그동안의 시집 10권에서 213편을 선정해 최종적으로 정본 작업을 완료한 시적 에센스가 영정 앞에 놓인 것이다. 비록 고인은 만져 보지 못했지만 그 책은 그 순간 선생의 몸이 되어 그가 천생 시인이었음을 증언하고 있었다.

김형영 시인
●저항의 세계에서 통회의 심연으로

선집 체재는 네 개의 시기별 분류를 택했다. 시인 스스로 ‘저항’→‘신앙’→‘자유’→‘교감’을 키워드로 해 자신의 삶의 궤적을 조감하도록 배려한 결과로 읽힌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초기시는 폭력이 미만한 세계에 대한 항의와 저항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물론 그의 시는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곳에서 조용하게 솟구쳐 오르는 나지막한 것이었다.

그 은유적 상관물로 시인은 ‘모기’를 택했는데 가령 시인이 간절하게 속으로 외친 소리는 “모기들은 죽으면서도 소리를 친다/죽음은 곧 사는 길인 듯이”(‘모기’)처럼 작고 소소한 이들의 마음으로 현상했다. 2015년 박두진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저는 지금도 왜 시를 쓰느냐고 자신에게 가끔 묻는다. 쓰면 쓸수록 어렵기만 하고, 때로는 숨이 막히게도 하는 시”라고 말씀한 그 ‘시’를 평생 떠메고 모기 소리처럼 작은 저항의 세계를 온축했던 선생은, 원치 않은 병고로 말미암아 스스로 깊은 신앙의 세계로 들어간다.

지금도 나는 김형영의 ‘통회(痛悔)시편’ 연작을 선연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나도 신앙의 문전에서 어정거리고 있을 때였기 때문일 것이다. “주님, 저를 죽이지 마소서./화가 나시더라도/ 흐느끼는 이 소리 들으소서.// 뼈 마디마디 경련이 일고/ 내 마음 이토록 떨리는데/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이 목숨 살리소서.”(‘통회시편 1’) 1980년대에 쓴 이 기도는 하늘에 상달되어 그로 하여금 ‘영성의 시인’으로 우리 곁에 머무르게끔 해 주었다.

무릇 모든 존재자는 현상계에서 물질적 존재 방식을 한시적으로 취하다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라져 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소멸이란 온통 비극적인 것이 아닌가. 하지만 선생은 그것을 평생 통회의 심정으로 탐구하고 형상화하면서 스스로의 존재 증명을 해 갔다. 선생의 말처럼, 모든 것이 은총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김형영은 이때부터 평범한 일상에서 근원적 사유와 형이상학적 전율의 세계를 길어올린다.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희원하는 시인의 품과 격을 보여 준 것이다. 깊은 영성을 시로 담아 냄으로써 남루한 존재자들이 신성한 존재와 연루되고 있음을 고백하고 증언하고 탐구하는 지향을 일관되게 개척해 간 것이다. 그만큼 시인에게 가톨릭에 기반을 둔 사유와 감각은 신성한 존재를 희구하고 물어가는 실존적 사건이었으며 그러한 시선이 마침내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회귀성을 가지게 해 주었다.

세례명이 ‘스테파노’인 그는 수많은 이들의 대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전동균 시인은 “가톨릭 영성을 심층적으로 서정성과 결합해 탐색해 낸 정말 보기 드문 시인”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김형영(왼쪽부터)·정희성·임정남·석지현·강은교·윤후명 시인 등 ‘70년대’ 동인들과 1974년 서울 수유리 기념탑에서 찍은 사진.

조광호(왼쪽) 신부와 시화전을 함께 했을 당시. 소리꾼 장사익(오른쪽)은 김형영의 시를 음악으로 만들었다.
●신성의 자유로운 현장으로서의 자연

후기로 갈수록 김형영 시의 주된 요소는 자연과 시인이 상응하는 장면에서 일어나게 된다. 말하자면 자연 사물의 구체성과 시인이 지향하는 삶의 지표가 서정적 순간성 속에서 견고하게 결속한 것이다. 그 빛나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김형영 브랜드인 형이상학적 빛을 한껏 쬐게 되고 이때 우리도 스스럼없이 환한 서정과 영성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후기 대표작 가운데 한 편을 읽어 보자.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저 꽃들 좀 봐요.// 노란 꽃/ 붉은 꽃/ 희고 파란 꽃,/ 향기 머금은 작은 입들/ 옹알거리는 소리,/ 하늘과/ 바람과/ 햇볕의 숨소리를/ 들려주시네.// 눈도 귀도 입도 닫고/ 온전히/ 그 꽃들 만나고 싶거든/ 마음도 닫아걸어야겠지.// 봄비 오시자/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꽃들아/ 어디 너 한번 안아보자.”(‘땅을 여는 꽃들’)

물론 자연은 신성의 거소(居所)이자 고유의 향기와 소리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신성 자체이기도 하다. 작은 입으로 하늘과 바람과 햇볕의 숨소리를 들려주는 봄날의 꽃을 온전하게 만나기 위해 시인은 눈도 귀도 입도 마음까지 닫은 채 크나큰 품으로 온전하게 봄날의 꽃들을 안아 들인다. 그러한 신성과의 소통 과정을 일러 시인은 ‘교감’이라고 규정했을 것이다.

“영혼이 오가는 순간을/ 어찌 귀와 입으로 붙잡겠는가./ 눈도 아니다./ 생각도 아니다./ 나 없는 내가 되어/ 가슴으로 듣는 말,/ 사랑의 숨결이다.”(‘교감’) 이처럼 시인이 들려주는 사랑과 영혼의 소리에 우리도 가장 행복한 마음의 상태를 경험한다. 김병익 선생도 시선집 해설에서 “육신의 회복과 정신의 부활을 치르면서 김형영의 시는 이 세계와의 교감과 공감을 싱싱하게 드러낸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그에게 ‘시’는 생명의 리듬이 만져지고 보이는 음악이요, 숨결의 형식이 선연하게 들려오는 보이지 않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시선집 ‘시인의 말’에서도 선생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태어나고 사라지는 생명들과의 교감 그리고 가끔 거기서 얻은 감동을 시로 꽃피우는 즐거움, 그 은총이야 말해 무엇하리”라고 적었다. 이러한 김형영 시의 지향은 결국 실존적 형이상학의 세계로 귀납될 것이고, 그때 그의 언어는 우리의 마음을 깊이 울리는 음악으로 남을 것이다.

김형영(맨 오른쪽) 시인은 ‘샘터’ 편집자로 오래 활동하며 문단 인사와 두루 소통했다. 한말숙(왼쪽부터) 소설가, 피천득 선생, 김남조 시인, 최인호 소설가.

2012년 ‘70년대’ 동인들이 칠순을 앞두고 공동시집 ‘고래’를 냈다. 뒷줄(왼쪽부터)이 석지현·김형영, 앞줄이 정희성·강은교·윤후명 시인.
●샘터, 아버지, 그리고 봄 햇살을 따라

선생은 ‘샘터’에서 30여년간 편집자로 일했다. 이 오랜 전통의 월간지가 정점을 구가할 때였을 것이다. 법정, 이해인, 최인호, 정채봉 등 이 책을 그득하게 채웠던 언어들은 지금도 한국문학의 보석이 되어 빛을 뿌린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소설가 한강이 대학을 졸업하고 샘터에 들어갔는데, 입사 직후의 그를 만나러 대학로의 붉은 벽돌 건물 앞에서 얼떨결에 선생을 뵈온 일이 있었다. 나중에 선생의 시집 해설도 쓰고 같은 잡지의 자문편집위원도 하면서 선생의 말년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마지막 투병 중 전화로 들었던 선생의 떨리는 목소리의 힘으로 선생의 시에 대한 기록을 더 깊이 수행해 갈 다짐을 해본다.

빈소에서 인사를 나눈 둘째아들 김상조씨와 장례를 마치고 전화 통화를 했다. “저나 형한테는 늘 친구 같은 아버지셨어요. 같이 식사하고 탁구나 배드민턴도 같이 치고, 힘들 때 서로 전화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던 분이셨습니다.” 상을 치르면서는 지인과 후배들이 휴대폰에 남긴 내용이나 빈소에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새삼 ‘큰 분’이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지난해 12월 20일에 온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을 발견했어요. 자신이 한없이 방황할 때 신앙으로 인도해 주신 마음에 고마움을 표하는 감사 카드였습니다.”

선생의 묘역은 따로 없다. 가톨릭대학에 시신을 기증했기 때문이다. 상조씨는 아버지가 ‘유언시’라고 하시면서 1월 중에 보내 주신 작품 한 편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주었다. 처음 공개되는 선생의 마지막 작품 전문이다.

“사랑하는 아들들아, 내가 죽거든/ 무덤일랑 만들지 마라/ 납골당에도 가두지 마라// 나를 먼지로 만들어/ 관악산 중턱 후미진 곳에서 뿌려다오/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구름이 흘러가면 구름 따라/ 새들 지저귀면 새소리로/ 꽃들 향기 뿜으면 그 향기에 취해/ 천지사방 허공을 떠돌며/보이지 않는 자연이 되어 날아다니고 싶다”(‘화살시편115-내가 죽거든’) 지금쯤 선생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훨훨 흘러가고 계실 것이다.

이제 선생은 스스로 언어의 화살이 되어 하늘나라로 들어갔다. 나는 새삼 그의 세례명을 생각했다. 신약성서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스테파노는 돌에 맞아 순교하면서도 햇살보다 더 밝은 얼굴로 신에게 영혼을 의탁하는 모습이 기록된 분이다. ‘김형영 스테파노’의 얼굴에도 그 햇살이 환하게 비추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늘로 돌아간 그날 출간된 시선집 제목처럼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따뜻한 봄 햇살로 우리에게 남을 것이다. 스스로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작품 한 편을 선집에서 꺼내어 봄 햇살에 비추며 읽어 본다.

“별이 하나 떨어졌다./ 눈에 없던 별이다.// 캄캄한 하늘에 비질을 하듯/ 한 여운이 잠시/ 하늘에 머물다 사라진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보다 작게/ 보다 낮게/ 한 점 남김없이 살다 간 사람.// 그를 기억하소서./ 그의 여운이 아직 사라지기 전에/ 한때 우리들의 이웃이었던 그를.”(‘무명씨’)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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